글쓴이는 기업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며 경영혁신 및 변화에 대한 기업 전략과 방침을 대내외에 알리는 일을 해왔다. 변화와 혁신의 아카데믹한 내용을 자연환경 변화와 결부시켜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고자 애쓰고 있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하지 마라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하지 마라. 한 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하지 마라.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2천여 년 전에 쓰인 동양고전 '장자' 외편(外編) 추수(秋收)에 나오는 얘기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좁은 생각의 틀 속에 갇혀있는 사람을 빗대어 쓰는 '우물 안 개구리...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 바다와 얼음은 당시의 사회정의 혹은 더 큰 생각이나 꿈, 요즘 말로는 블루오션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을 바다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나 얼음을 모르는 한 철의 연약한 메뚜기에 비유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서점가에 자기 계발, 역량 강화와 변신에 대한 지침서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다를 헤엄치고 겨울을 나는 메뚜기가 있다면 한마디로 대박일 것이다.
핑(Ping)과 날지 못하는 매
얼마 전 많이 읽힌 책 '핑'이 좋은 예다. 책 속의 주인공 핑은 말라가는 연못과 친구들을 떠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책 속의 이 개구리는 뒷발로 직립보행을 시도할 뿐 아니라, 엄청난 훈련을 통해 물결이 굽이치며 철썩이는 철썩강 위를 점프하는 도전을 한다. 핑은 새로운 바다이자 얼음을 찾아나서며 우물 안 개구리를 스스로 면한 것이다.
"남이 한 우물을 파면 우물 안 개구리이기 때문이고, 내가 한 우물을 파면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심리학 기본에서 입장차이를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이다. 누구나 처한 상황이나 업무 특성 때문에 옆은 보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깊디깊은 우물을 파야만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우물을 얼마나 깊게 그리고 넓게 팔 것인지도 스스로 정하고, 깊이 있게 파되 언제든지 바다로 뛰어나갈 수 있는 통로도 함께 뚫어 두어야 한다.
이솝 우화에 날지 못하는 매가 있다. 사냥꾼에게 잡혀 오랫동안 묶여있던 매는 수천 번 수만 번 날아보려 하지만 밧줄 길이 이상 날지를 못한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줄이 낡아 끊어졌는데도 이 매는 더 이상 하늘높이 날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외부 환경을 통제하지 못하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 날지 못하는 매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코이 잉어와 분재
아마존강의 코이라는 잉어는 강속에서 수 미터까지 장대하게 자라지만, 어항 속에 두면 어항 크기에 맞춰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식물 분재도 같은 이치다. 뿌리 뻗을 공간이 작으면 가지와 입의 크기가 눈에 띄게 작아진다. 손바닥만한 화분에서 수백년 된 소나무나 향나무, 과실수가 밑둥과 실뿌리만 가지고 살아간다. 사람이 보기엔 예쁘긴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작게만 작게만 살아가야 하는 나무 자신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화분을 큰 것으로 갈아주지 않으면 작년과 같은 크기의 잎이나 열매만 맺을 것이다.
분재와는 반대의 경우이다. 13년 된 단풍나무 이야기이다. 싹 틔운지 십년 동안 화분에서만 자란 탓에 겨우 키가 1미터 50센티 정도에 이파리의 크기도 해마다 고만고만했다. 화분의 크기가 작아 뿌리 뻗을 공간이 없었던 탓이다. 이태 전 봄 마당에 옮겨 심은 후 그 해 한여름 동안 무섭게 자라더니 그 한 해 동안에 과거 10년 동안 화분에서 자란 것보다 더 많이 자랐다. 이제는 키가 3미터가 훨씬 넘고 깊은 땅에 뿌리가 제대로 내려 잎의 크기도 커지고 줄기와 가지도 굵어졌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한 해 동안 미국인 73만 여명이 이베이를 통해 1차 혹은 2차 수입을 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정규 직원이 2명뿐이다. 그 방대한 온라인 사전에 등재되는 지식은 4만여명의 기고자들이 '자랑스럽게' 업데이트한다. 각 분야의 전세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 기고자는 이 일을 제 2의 직업처럼 여긴다. 직업에 대한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좋은 예다. 새로운 환경이 새로운 기회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열려있어야 기회가 보인다. 크고 깊고 넓은 생각이 큰 기회를 잡는다.
사슴을 쫓는 자는 숲을 보지 못한다. 올해는 우리 모두 바다를 이야기하는 그런 개구리가 되자. 그리고 올해는 우리 모두 생각의 잉어를 아마존 강에서 키우자. 얕디얕은 화분에 실뿌리만 묻고 있는 생각의 나무를 야산에 옮겨 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