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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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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백조 ckh475@hotmail.com
20년 이상 해 온 직장 생활을 올 초에 그만두고 현재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을 무보수로 가르치고 있다. 화려하고 멋진 무대보다는 구석진 수수한 곳을 더 편안해 하는 자신이 자원봉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 편하기 위해서 형편이 어려운 곳을 찾아 나선다. 틈틈이 중국어, 이태리어도 공부하고 등산도 즐긴다.
2006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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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초등학교 3학년생 짱아, 짱아의 동생인 1학년 누리, 그리고 4학년 민주 이렇게 세 여자 아이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월 짱아네 집에서였다. 이 아이들이 살고 있는 임대 아파트는 ‘버블 세븐’ 아파트 단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짱아와 누리는 아빠, 중학생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좁은 아파트이지만 일용직 노동일을 하면서도 살림도 깔끔하게 하는 아빠 덕분에 집은 깨끗하다. 아직 철없는 누리와는 달리 짱아는 힘든 아빠를 생각해서 방도 치우고 급식용 수저 설거지도 잊지 않는다. 이런 짱아도 친구들이 엄마 없는 아이라고 놀리면 상처를 받고 울기도 한다.
민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아빠는 가끔 들르는 것 같다. 웃을 때 보이는 양쪽 송곳니가 매력적인 아이지만 어쩐지 그늘진 얼굴이 안쓰럽다.
이혼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이라지만 엄마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왜 상처가 없겠는가. 아직 응석을 부리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이 애들은 속이 깊은 면도 보인다. 짱아는 피아노를 몹시 배우고 싶으면서도 교습비를 대줄 형편이 못 되는 아빠를 생각해서 피아노의 ‘피’자도 꺼내지 않았다. (다행히 짱아는 IBM의 봉사클럽인 ‘나눔회’의 도움으로 몇 달 전부터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다.)
짱아, 누리, 민주…
지난 10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을 만나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도하는 모 복지관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한 번에 두 시간 동안 세 명을 한꺼번에 만나 가르쳐야 하니 공부에 커다란 도움을 주긴 어렵다. 특히 아직 한글을 완전히 깨우치지 못한 누리 때문에 나 혼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래도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장난도 치고 때로는 속상한 마음을 털어 놓기도 한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속이 편치만은 않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 세상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가면서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이 아이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앞서 걱정되기도 한다. 반드시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에 험한 세상을 대하게 된다면 좋을 텐데….
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 다른 복지관의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통해 중학생 6명에게 일주일에 한번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또 모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에서 초등학생 20여명에게 매주 두 번 영어를 가르친다. 공부방은 무료로 초등학생들을 학교가 끝난 후 보살피고 저녁까지 먹여 귀가시키는 곳으로 맞벌이 저소득층 가정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올 초 회사를 그만 둔 뒤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영어를 활용하면 뭔가 할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웹 서핑을 하다가 교육봉사를 필요로 하는 사회 복지 시설들을 알게 됐고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들을 찾다 보니 자전거로 열심히 달려 20~30분 거리에 있는 곳들이다.
다니던 회사 봉사클럽에서 오랜 동안 활동하면서 자원봉사에 나름대로 익숙해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초등학생 20여명을 상대하는 공부방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경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지금도 여전히 당황할 때가 있다.
자원봉사,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일
박영숙씨는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그는 사정이 어려운 친부모들을 대신해서 애들을 임시로 맡아 주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수양부모협회를 시작했다. 그는 [나는 늘 새엄마이고 싶다]는 책에서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는 것은 바로 내 자식의 앞날, 내 아이의 10년 후, 20년 후를 위한 것이다. 버려진 아이들, 비뚤어진 아이들 역시 내가 정성 들여 키운 내 자식과 함께 같은 거리를 걷고, 한 사회에서 부딪치며 살 수 밖에 없다. 내 자식을 위해서라도 남의 아이도 잘 키우고 남의 자식을 착하게 자라도록 돕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원봉사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그의 의견에 나도 동감한다. 내가 하는 봉사로 어떤 대단한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인도를 찾았을 때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레사 수녀님이 50년 동안 봉사한 캘커타의 빈민가를 보면서 사회의 변화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데레사 수녀님의 봉사 덕분에 캘커타가 그나마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전우익 씨의 책이 생각난다. 그는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라고 말한다. 자연에 대해 한 말이지만 자원봉사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요즘 매일 새벽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기도할 때 나는 딸이 원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면서 동시에 주위의 힘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 달라고 청한다. 사회에서 중요하고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웃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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