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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초보 개발자의 묵묵한 도전”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늦깎이 초보 개발자’라고 말하는 김기훈 님입니다. 첫 직장에서 생판 처음 보는 개발 환경에 맞닥뜨렸지만 그 기간을 묵묵히 자신을 위한 기회로 삼았던 김기훈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김기훈 | 맥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김기훈 프로그래밍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대학교 때부터 시작했는데 개발자가 되기로 진로를 결정한 때는 졸업을 막 앞두고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램을 짠 사람들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편이죠.

맥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07년 9월 입사한 회사에서 맡은 일이 맥용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 개발이었고 그 중에서 비디오•오디오 렌더링 부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일본 진출을 준비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수습 3개월 동안 마쳐야 하는 일이었는데 맥도 처음이고 개발 환경인 오브젝티브-C, 코코아, Xcode는 전에 들어보지도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정말 할 수 있을까’ 했었죠. 사실 그 해 제대를 하고 취업을 했기 때문에 경험도 부족해 힘들었습니다.

첫 느낌이 악몽에 가까웠겠군요.
그렇죠. 개발 도구나 운영체제를 전부 새로 익혀야 했으니까요.

‘못 하겠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제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개월 후에 어찌 될지 모르지만 이 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얻어가 보자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닥치면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저 말고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3개월 후 어떻게 됐나요.
비디오•오디오 렌더러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웹에서 볼 수 있도록 사파리 플러그인을 개발하고 회사에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하는 동안에는 제 실력이 모자라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는데 일정을 크게 넘기지 않고 소화해내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집안이 어려워져 고학을 했는데 대학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영어였습니다. 맥 프로그래밍 관련 문서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거든요. 물론 국내 맥 개발자 모임인 osxdev.org에 일부 문서가 번역되어 있고 궁금한 부분은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문서를 봤지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부담감이 컸습니다. 또 애플 문서를 보면 예제보다는 개념 위주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소스를 참고해 가며 이해하고 코드를 짜야 했습니다.

주변에서 도움은 없었나요.
선임자와 동료 분들의 도움과 격려 덕이 컸습니다. 특히 당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먼저 꼭 공부해야 할 내용을 선임자가 적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런 조언이 없었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헤맸을 겁니다.

‘비법’을 가지고 공부하셨던 건 아니군요.
예. 따로 비법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선임자가 일러준 문서와 예제를 보면서 공부하고 간단하게 만들어 보고 그걸 다시 응용 확장하는 식이었습니다.

일이 풀리기 시작한다고 느꼈던 때는 언제였나요.
좀 풀리는 듯 하다가 힘든 시기가 다시 오는 게 되풀이됐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퇴근 후나 주말에 오브젝티브-C 책을 보면서 예제를 따라 쳐보는 연습을 계속 했는데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이제 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순간이 아주 잠깐이더군요. 해결해야 다른 문제가 다시 생기고 그게 풀리면 또 다른 문제가 나오고요. 저도 그렇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그런 매력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 같습니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가 풀렸을 때 느끼는 ‘희열’ 같은 것이죠.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가 2중 for 문을 설명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동아리방에 있는 모든 C 책을 가져다 for 문 설명 부분만 읽었습니다. 결국 그 내용이 이해가 되자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실은 간단한 것이었던 거죠. 막혀서 풀지 못한 문제가 꿈 속에서 해결되기도 하구요.(웃음) 그런 기억과 경험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계속 하고 어려운 문제를 또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셨나요?
그 3개월 동안 완성한 프로그램들을 유지 보수하면서 퀵타임 프레임워크를 이용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었습니다. 힘든 프로젝트 경험 덕분인지 퀵타임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개발하는 게 수월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역시나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종류의 문제가 나오더군요 (웃음)

첫 직장 생활에서 기술 외적인 측면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몰랐고 형편이 넉넉해 학원에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취업을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할지 분명치 않았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 싶다가도 프로그래밍의 재미 때문에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던 거죠. 회사 생활을 하고 다니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조금은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이직을 위해 잠시 쉬는 중으로 알고 있는데 준비하시는 것들이 있나요.
영어 공부입니다. 앞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특히 맥 프로그래밍을 계속 해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니 영어 공부가 떠올랐습니다. osxdev.org 회원 중에 영어를 굉장히 잘 하는 분이 있어 조언을 구했습니다. 영어 교육과 관련된 쉬운 포드캐스트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하루 아침에 실력이 느는 게 아니다 보니 막막했습니다. 작심삼일 패턴이 반복되기도 하구요. 그러다 어느 날 전에 듣던 것과 다르게 잘 들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이런 느낌 때문에 공부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즐거움을 알게 되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전에는 코코아 프로그래밍 관련 포드캐스트나 스크린캐스트를 듣고 이해하는 개발자들이 막연히 부러웠는데 저도 열심히 하면 그런 게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MPEG 4 파서를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맥 프로그래밍을 계속 하기로 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뭐라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재미가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 ‘아이디어 상품’이 있는 것처럼 맥용 소프트웨어 세계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실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노력해 그런 위치에 이른다면 저도 그런 재미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아이디어 소프트웨어’는 무엇이었나요.
iAlertU라는 유틸리티입니다. 애플 맥북, 맥북프로에 내장된 ‘sudden motion sensor’(하드 드라이브를 충격으로부터 보호)와 아이사이트(iSight)라는 카메라, 그리고 애플 리모트(Apple Remote)를 이용하는 일종의 도난 경보 프로그램입니다. 애플 리모트로 iAlertU를 실행해 놓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그걸 만지려고 하면 경고음을 울리면서 아이사이트로 만진 사람의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입니다(편집자 주). 특히 애플 리모트로 iAlertU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자동차 문 잠글 때 나는 소리가 나는데 굉장히 웃겼습니다. 맥북, 맥북프로 하드웨어의 동작 방식을 아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에서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자극이 됩니다. 그런 소프트웨어들을 만든 사람들 역시 ‘이거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보면 맥 프로그래밍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맥용 셰어웨어들이 돈 받고 팔리는 것도 그런 면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재미있고 괜찮은 맥용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하나 사주마’ 하는 맥 사용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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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우선은 먼저 실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 같고 실력이 쌓이면 장애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하다 차에 치인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 정말 ‘지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장애우들에게 뭔가 도움을 될 만한 일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장애우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고 그 분들이 희망이나 꿈을 품을 수 있는 도구가 되면 좋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김기훈 소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항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분과 훗날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 것이 목표다. 어쩌면 그저 꿈으로 남을 수 있는 일이지만 꿈을 향해 보내는 하루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행복한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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