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프로그래머는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라는 여성이었지만 첫 여성 튜링상 수상자는 2006년에야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IT 분야에서 여성 개발자란 흔하지 않은 존재입니다. 나름 첨단이라는 IT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21세기 소수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희망, 꿈을 갖고 있는지, ’여자 개발자 모임터’ 회원들을 김창준 씨와 함께 만나보았습니다
dW: ‘여자 개발자 모임터’(이하 모임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전수현: 이름 그대로 여자 개발자들을 위한 공간이고 회원들은 대학생, 신입 사원, 일명 ‘직장 맘’까지 다양합니다. 대학생들이나 신입 사원들은 경력이 많은 회원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경력자들은 반대로 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을 보고 열정을 되찾고자 하는 모임입니다. 업무 외에도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쉼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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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모임터를 여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전수현: 개발자라는 직업을 보면 여자 개발자 수가 적고 보통 IT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면 여자 개발자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특유의 유연성, 섬세함, 감수성을 가진 여성 개발자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페미니즘이나 남녀 대립 구도라는 오해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고 앞으로 여성 개발자들을 위한 네트워크와 멘토링의 장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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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카페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김계옥: 애자일 블로그에 올라온 ‘Erlang을 배우고픈 여성 개발자를 찾습니다’라는 글을 읽다가 전수현 님이 댓글로 모임터를 소개한 것을 봤습니다. 컨퍼런스에 참석하거나 커뮤니티에 들어가거나 유명 개발자들을 보면 대부분 남자 개발자들인 걸 보고 여성 개발자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활동은 못하고 있다가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기쁜 마음에 얼른 가입했습니다.
김선진: 데브피아에 올라온 모임터 홍보 글을 보고 가입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절반이었고, 큰 기대는 없었는데 모임터에 들어갈 때마다 회원 수도 늘고 운영자 전수현 님이 답글도 굉장히 성의 있게 달아주셔서 감동을 받았죠.
김계옥: 모임터에는 ‘24시간 무플 방지 위원회’가 있어서(웃음) 대부분의 글에 답글이 달려 있죠.
김선진: 그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좀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임지아: 네이버 ‘오늘의 카페’에 소개된 걸 보고 가입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 가입할 때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고 여자 개발자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가입 후에 여자 개발자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됐고 생각을 함께 나눌 분들이 있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지인: 동료들이 다 남자 분들이라 일에 관해서는 많이들 가르쳐 주시는데 아무래도 사는 이야기나 인생 선배로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여성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예전부터 여자 개발자 모임을 검색해 봤는데 나오질 않아 잊고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스터디를 하고 있는 ‘아키텍트를 꿈꾸는 사람들’이란 모임 회원 중 한 분이 P-camp에 다녀온 후 여성 개발자 모임터에 대해 알려주셔서 가입을 했습니다.
김창준: 제가 인터뷰에 참여한 이유를 말씀드려야겠네요. 우선은 여성 개발자들이 많아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에도 썼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컨설팅을 하는 팀에 여성 수가 많으면 성공 확률이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충분 조건은 아니지만 성공 잠재력이 높음을 알았습니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전에는 잘 몰랐는데 사회에서 여성들이 불이익을 많이 받고 있고 여성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성 개발자들이 다 저와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구요. 그래서 여성 개발자들이 격려를 받을 수 있고 사회에서 역할을 좀 더 많이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여자 개발자 모임터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모임터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궁금했고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남성들이 나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전파력이 있을 거라 생각해 인터뷰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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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여성으로서 개발자’와 ’개발자로서 여성’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시나요.
김계옥: 모임터 회원들에게 이 질문을 먼저 보여드리고 답을 들었는데 개발자를 앞에 두는 회원들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전수현: 개인적으로는 둘 다 무겁다고 생각하구요. 회원들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면 ‘그냥 개발이 좋다’, ‘어렸을 때부터 개발자가 꿈이었기 때문에 개발자가 우선이다’, ‘개발자로서 여성이라는 문구가 와 닿지만 앞으로는 여성으로서 개발자가 되고 싶다’, ‘우선 인간으로서 개발자’ 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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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회원들 중에 어렸을 때부터 꿈이 개발자였던 분들이 많은 편인가요.
김창준: 어렸을 때부터라면 언제쯤이죠.
임지아: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과외 활동 시간에 8비트 컴퓨터로 처음 베이직을 배우면서부터인데 어떤 구체적인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그냥 컴퓨터가 좋았어요. 그런 계기로 컴퓨터에 푹 빠졌고 결국에는 개발자가 됐죠.
김창준: 여자이면서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한다는 게 어렵지 않나요? 주변에서도 말리고, 핵심 그룹이 남자들로 되어 있어서 끼어들기도 어려웠을 텐데…
김계옥: 저는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구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는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게 좋았고 프로그램을 짜는 게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거라고 느꼈거든요. 대학은 처음에는 화학과를 갔다가 원래 꿈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3학년 때 전과(轉科)를 하게 됐죠.
정지인: 초등학교 때 컴퓨터 학원 바람이 불어서 컴퓨터를 경험했고 1995년에 유니텔 ID를 얻어서 컴퓨터에 빠져 살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주로 채팅이었죠. 그러다 학교 신문을 만들면서 인터넷에서 뽑은 자료를 이용했는데 친구들도 부러워했고 어린 마음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새로운 지식을 알아간다고 생각해 앞으로 컴퓨터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주변에서 “영어나 열심히 해라. 여자가 컴퓨터 배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한 번 정하면 누가 말려도 듣지 않는 성격이라 결국에는 제가 원하는 길로 오게 됐죠.
김창준: 저도 초등학교 때 컴퓨터를 꽤 잘했는데 꿈을 포기한 여자 분들을 종종 봤습니다.
임지아: 여자와 남자의 역할을 구분해 강요하는 어른들이 있으시죠. 여자가 컴퓨터 배운다고 하면 일단 말리고 보시는데요. 저도 부모님과 갈등이 있었구요. 제가 노력을 해 결과를 보여드렸기 때문에 지금은 별 갈등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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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모임터가 꽤 많이 알려졌는데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요.
전수현: 다른 네이버 카페에서 ‘동맹’을 맺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고, P-camp에서 만난 어떤 분은 여성 개발자를 뽑고 싶다고 물어보셨고요. 특히 작은 회사들은 사람 뽑기가 쉽지 않아 제게 문의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김창준: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있었죠.
전수현: 예. 굳이 남성과 여성을 나눠야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죠. 그렇지만 말씀 드렸듯이 대립 관계를 만들려는 게 목적은 아니었구요. 다행히도 지금은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더 늘었습니다.
임지아: 저도 모임터 홍보글을 다른 사이트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여자 개발자’보다는 ‘여자’에 초점을 맞추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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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지금까지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전수현: 5월 24일에 모임터를 열어서 얼마 되지는 않았는데 회원 수가 늘면서 모임터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6, 7월에 정기 모임을 두 번 열었구요. 얼마 전에 P-camp에서 ‘엔지니어를 위한 스피치’ 튜토리얼을 들었는데 모임터 회원들과 발표 능력을 함께 길러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제 토론회’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한 달에 한두 번씩 계속 열 계획입니다. 지방에 사는 회원들도 많아 일주일에 한 번 정기 채팅도 하려고 생각중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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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하시나요.
전수현: 일 이야기부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같은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누고 있습니다.
김계옥: 보통 개발자들이 모이면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는 여자로서 서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임터에 오면 편하고 동질감을 느낀다는 회원들이 많구요. 모임터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정체성을 못 찾아서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친목 성격이 강합니다.
전수현: 개발자에 대해 어두운 인상을 갖고 있다가 모임터에 들어온 후 개발자에게도 밝은색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 회원들도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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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직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
전수현: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는 차별 문제가 없는데 첫 직장에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직장의 경우 10년 된 회사였는데 제가 그 회사의 최초의 여자 개발자였다고 합니다. ‘이 세상 프로그램을 다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으로 입사를 했는데 개발 업무보다 사무를 보거나 전화를 받는 일이 많았고 두세 달이 지난 후 함께 입사한 남자 동기들은 프로젝트를 뛰는 동안 저는 ‘전화를 굉장히 잘 받는 사람’이 된 거에요. 커피도 제일 맛있게 탔구요. 그래도 ‘언젠가는 개발을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프로그래밍을 위해 이것쯤 못할까 싶어 인터넷을 통해 ‘커피 잘 타는 방법’까지 공부했는데 6개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아 결국 이직을 했죠. 그 때 이후로 지금과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계옥: 회원들 중에는 ‘회사에서 여자 개발자가 자기 혼자뿐’이라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은 개발자로서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이 있어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구요. 남자 동료들이 기술적인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진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남녀가 차이가 있거든요. 회사에 여자 동료가 많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만들 수 있지만 여자 개발자가 혼자뿐이면 말할 데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모임터에서 그런 고민들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임지아: 저는 임베디드 쪽에서 일하는데 다른 분야에 비해 여성에 대한 편견이 비교적 심한 편입니다. 졸업 후 첫 직장에 합격을 했는데 입사 일주일 전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이유가 여자라 결제가 안 났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노동법도 알아보고 법률 사무소에 문의한 끝에 다시 그 회사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여자가 엔지니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하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김계옥: 전 웹 쪽이라 그런지 남녀 차별이 그렇게 심한지 몰랐는데 지아 님이 올린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여자라서 합격한 사람에게 오지 말라는 통지를 보냈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었죠.
dW: 김선진 님은 SI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쪽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김선진: 지금은 괜찮은데, 이전에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일 자체가 힘든 점보다 프로젝트에 저 혼자 여자 개발자다 보니 좀 머쓱한 면이 있습니다. 남자 분들은 고객들과 싸우다가도 쉬는 시간에 같이 담배 피우면서 풀기도 하는데 저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쉴 수 있는 상대가 없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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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여자는 이러저러하다’는 통념을 겪어 보신 적이 있나요.
임지아: 대부분의 경우 면접 볼 때 애인 유무, 결혼 여부, 출산 계획, 야근 가능 등을 물어 보시죠.
김계옥: 남자들에게도 이런 질문을 하나요.
김창준: 남자들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남자는 결혼을 해도 회사에 큰 타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타격을 집에 있는 주부가 입죠.
임지아: 저는 결혼을 했고 아이는 아직 없는데 이직할 때 면접에서 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죠.
김창준: 원래 남자도 법제상으로는 육아 휴직을 1년까지 쓸 수 있죠. 제가 아는 어떤 부부는 남편이 개발자이고 부인이 기획자인데 남편이 1년 육아 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웠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임지아: 저도 부부가 번갈아 가며 회사를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육아가 적성에 맞는다면 남녀 구분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김계옥: 큰 회사의 경우 육아 휴직 제도가 잘 되어 있는데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휴가 내기도 어렵고 야근도 잦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어머니들은 많이 힘들어하시더군요. 개발자로 더 일을 하고 싶고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일을 하는 건데 실제로는 아기가 희생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그걸 무릅쓰고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회원도 있었습니다.
임지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여자 개발자 분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 두는 건 단순히 개인사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인력들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봐요.
dW: 그런 통념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김선진: “일하는 것과 여자라는 것은 상관 없다”고 열변을 토하죠. (웃음)
김창준: P-camp에서 열렸던 여자 개발자 토론회에서 몇몇 남자 분들이 “여성들이 결근, 지각이 많다. 근태 문제냐, 몸이 원래 약한 거냐”라는 질문을 했었죠. 그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는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자 분들이 “여자라서 그렇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아파도 억지로 나간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김계옥: 저도 회식이 늦게 끝난 다음 날에는 몸이 피곤해도 회사에 단정한 모습으로 더 일찍 나가려고 해요. 회식 자리도 끝까지 참석하려고 하구요.
김선진: “여자들은 회식 하면 끝까지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어서 전에는 악착 같이 남았는데 요즘은 가끔 빠지죠.
전수현: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여자들만 끝까지 남아요. (웃음)
임지아: 저도 일반화 문제를 자주 겪어요. 제 개인의 실수가 여자 전체의 문제가 되거든요.
김창준: 여자 개발자가 소수라 일반화가 쉬운 것 같아요. 남자들은 많으니까 한두 명 결근하거나 늦게 와도 눈에 안 띄는데 여자 개발자들은 한두 명만 빠져도 눈에 확 띄니까요.
전수현: 주제 토론회에서 나왔던 이야기인데 남자가 잘못 하면 ‘이 사람이…’지만 여자가 잘못 하면 ‘이 여자가…’라는 말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김창준: 여성 개발자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좀 늦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P-camp 같은 행사를 홍보하면 남자들은 금방 알고 신청을 해 1주일 만에 마감되는데 여자들은 그 1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한두명씩 신청하기 시작합니다. P-camp에서 여성 쿼터를 둔 것도 그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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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여자 개발자들에게 정보가 늦게 흘러 들어가는 것 같은데, 주위에서 전해 주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찾지 않아서일까요.
임지아: 저는 RSS를 구독하거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자료들을 평소에 모아 두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 주변의 여자 개발자들을 보면 본인 일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요.
전수현: 저는 회사 선배들보다 먼저 세미나 정보 등을 알아서 제안을 하고 함께 가는 편이에요.
정지인: 제 경우에는 P-camp가 있었다는 걸 다녀오신 분을 통해 알았는데 주변에서 잘 알려주지 않아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김선진: 남자 분들끼리는 그런 정보를 공유하시나요.
김창준:‘남자들끼리’라는 실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제가 잘 아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구독하거나 공부 모임을 하면서 가끔씩 만나면 그 사람들의 정보망을 통해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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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남성 중심 구조의 논리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내면화됐음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전수현: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말처럼 남학생이 많은 공대를 다녔고 그 속에서 지내다 보니 그 환경과 문화에 적응해야 서로 친해지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저도 모르게 ‘남성화’된 부분이 있어요. 개발 분야에 그런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모임터를 통해 그런 문제를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임지아: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겠죠. 지금은 경력이 쌓이고 여유가 생겨 상대방과의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는데 초창기에는 쉬는 시간에 커피 들고 흡연자들을 쫓아 나가기도 했고 밤을 새야 할 일이 생기면 동료들이 대신 해준다고 해도 끝까지 남아 있기도 했죠. 여자라기보다는 개발자로 인식되고 싶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김선진: 남성 문화에 흡수되는 것 같아요. 특히 놀이 문화가 그 예인데 그래서 저는 입사하고 나서 당구를 배웠어요.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할 줄 아니까 이야기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IT 일이라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업이다 보니 친구들과 일상 생활에서 사소한 일이어도 문제의 원인과 잘잘못을 따지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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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개발을 할 때 ‘여성성’이 유리한 측면이 있나요.
전수현: 남자 동료들이 “우리가 미처 못한 생각을 하는구나. 역시 달라”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그런 꼼꼼함이나 섬세함인 것 같아요. 그냥 결과만 내려는 게 아니라 다른 것들도 고려하고 반영하려고 하니까요.
임지아: 제가 여자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으시는데 그걸 이용해(?) 조금만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도 긍정적인 인식의 전환을 끌어낼 수 있었어요.
김선진: 혼자 철야나 야근을 해도 효과가 커요. (웃음)
임지아: 저는 야근을 하고 새벽에 퇴근하기 전에 전체 메일을 돌려 일한 결과를 보고해요. 편견이 바뀌는 데 도움이 되죠.
김계옥: 제가 일하는 팀은 남녀 비율이 거의 1:1이거든요. 게다가 파트장•팀장•실장님이 여자라서 남자들이 여성화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어요. 분위기가 아기자기해요.
임지아: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전 직장에서 제가 주 개발자였고 여자 개발자들이 있어서 여자 주도적이었어요. 서너 시쯤 함께 간식 사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했는데 전반적으로 회사 분위기가 좋았죠.
김창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애자일 컨설팅도 여성화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술, 담배를 거의 하지 않구요. 밥 먹으러 갈 때도 맛있는 집을 찾아 다니고 업무 중에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라고 권합니다. 갤러리에 함께 간다거나 하는 ‘즐거운 경험’도 하구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팀들과 일하다 보면 일을 재미있게 하지 못하고 딱딱하죠. 칸막이 쳐진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 같아요. 남성성과 여성성을 섞으면 일이 훨씬 즐거워지고 효율도 나리라 봅니다.
dW: 일을 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엄숙해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김창준: 그렇죠.
김선진: 회사 생활하면서 감정을 숨기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토의를 하다 감정이 상하는 경우를 당해도 그걸 꾹 누르고 차근히 하나하나 설명하고 나면 진이 빠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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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모임터가 열린 후 서로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임지아: 그 전까지는 여자라는 것을 무시한 채로 개발자로만 보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여자 개발자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모임터에 가입한 후 여자로서 이점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구요. 얼마 전에 여성 과학자 포럼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여성 개발자들과 상황이 똑같더라구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모임터에서 활동하면서 여성성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효과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김계옥: 모임터에서 적극적인 분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전에는 제가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김선진: 자부심이 큰 분들을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죠.
전수현: 회원들 중에는 열정이 없었는데 모임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열정이 많은 분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회원들 간에 고민 상담도 활발하구요.
dW: 일종의 멘토링인가요.
전수현: 현재는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평소 일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상담을 많이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쌓였던 것이 풀리기도 하구요. 얼마 전에 어떤 회원이 퇴사 통보를 받자 다른 회원이 직장을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네트워크가 계속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창준: 개발 경력이 10년 이상인 분도 있나요?
전수현: 20% 정도 됩니다.
김창준: 그런 분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전수현: 그 목적으로 전용 게시판을 만들었는데 아직은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분들이 나오면 좋아지리라 봅니다.
김창준: 프로젝트 만(滿)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황선배’라는 웹 기획자가 후배들을 위해 여는 무료 릴레이 세미나 프로젝트인데, 비슷한 성격의 여성 개발자를 위한 세미나들이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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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남성들에게 바라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김선진: 여성 개발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자 개발자들을 불편해 하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김창준: 사람마다 다 다르죠. 남성 중심 문화에서 자란 사람은 불편해 하는 것 같고 여성적인 문화를 경험한 사람은 편해 하구요.
전수현: P-camp 같은 행사처럼 여성 쿼터제가 계속 이어지고, 채용시에도 여성 개발자 비율이 정해지면 좋겠습니다.
임지아: 직장인 어머니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사회적으로 육아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정지인: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함께 일하는 여자 개발자들이 바꿔나가면 남자 개발자들이 여자 개발자들도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발이 육체적인 힘을 쓰는 일이 아니고 머리를 쓰는 일이므로 여자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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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모임터 활동 이후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김계옥: 전에는 책임을 지는 일보다는 지원하는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경력도 쌓였고 말씀하신 것처럼 여자라서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또 모임터 활동을 통해 든든한 후원자들을 얻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김창준: 여자 개발자들의 역할 모델이 ‘슈퍼 맘’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슈퍼 맘이란 아이도 잘 키우고 돈도 잘 벌고 사회적•가정적으로 다 성공하는 극단적인 경우인데요. 그런 여성들이 역할 모델이 되면 “저 여자 봐라. 당신은 뭐냐”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이른바 여자 영웅인데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은 균형감 있고 건강한 모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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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다른 여성 개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임지아: 적극적인 면이 부족한데 그 부분을 바꾸고 싶습니다. 이 인터뷰에도 나올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사실 나와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닌데도 혼자서 부정적인 상상을 한 거죠. 이 인터뷰가 다른 여성 개발자 분들도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수현: 말씀하신 적극성과 개발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선진:지금 고민은 역할 모델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입니다. 함께 역할 모델을 찾아갈 수 있는 모임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창준: 5~6년 전에 30대 중반의 어느 여성 개발자가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20대 때 모든 걸 아끼며 일만 했다고 해요. 휴가도 미루고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아끼구요. 결혼하고 나면 그 때 해보려고요. 그러다 여전히 미혼인 상태에서 30대가 되어 치과 치료를 받을 일이 생겼는데 치료비가 몇천만 원인가 들었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또 하나는 여성 개발자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남성화되는 것은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담배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면서 회사 일을 하거든요. 더 나은 방법이 있고 그걸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좋겠구요. 또 그렇게 되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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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소개 ]
김계옥: 여자 개발자 모임터 운영진이고 현재 NHN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분 웹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이 많고 행복한 개발자로 살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김선진: 현재 GIS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개발자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초심을 잃지 않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임지아: 개발자가 천직이라고 믿으며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수현: 옆집에 사는 정신병자도 유지보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코딩 좌우명이며 개발자라는 직업에 매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많은 여자 개발자들이 고수로 인정받는 그날을 위해 여자 개발자 모임터를 멋지게 운영하려 한다.
정지인: NHN에서 네이버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하고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실력있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현재 ‘아키텍트를 꿈꾸는 사람들’ 모임에서 스터디를 하고 있다.
김창준: 현재 애자일컨설팅 대표로 있으며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생산성과 인간성 모두를 증진하기 위해 컨설팅, 코칭,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애자일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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